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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언론보도] 데이터센터 안 리튬배터리 ‘폭탄’...안전기준 ‘공백’ 상태

작성자 소방방재학과

등록일자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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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안 리튬배터리 '폭탄'...안전기준 '공백'

 

데이터센터 화재, 자동소화기에도 초기진압 실패한 이유

 

김백겸 기자  kbg@vop.co.kr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이 방문했던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의 발화지점인 지하 3층에 UPS(무정전전원장치)의 리튬이온배터리 랙이 전소돼 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SK C&C 판교 데이터센터(IDC) 화재 사고의 원인인 리튬이온배터리의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관리 규정 등에서는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상정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UPS(무정전전원장치)에 구성된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문제의 배터리에서 불이 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번 화재는 초기 진압에 실패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 화재 당시 현장에서는 가스계 자동소화장치가 작동, 1.5톤의 할로겐 가스 소화약제를 분사했으나 불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출동한 소방대가 전력차단 조치 후 물을 뿌려서야 8시간 만에 화재가 진압됐다.

 

전문가들 "당시 작동된 할로겐 소화장치 부적합... 초기진압 실패는 당연"

 

리튬이온배터리는 납축전지 등 다른 배터리보다 충격이나 온도 등 외부 환경에 의한 화재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리튬이온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계속된 화학작용으로 스스로 발열해 화재 진압도 어렵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불이 나는 직접적인 원인은 배터리 내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고밀도 분리막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분리막 손상으로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는 내부단락이 발생되면 발열이 일어나게 되고, 이 열이 촉매가 돼 폭발적인 발열반응(열폭주)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내부 압력이 증가해 부풀고, 가연성의 오프가스(화학작용 등에 의한 부산물 가스)가 발생한다. 불꽃이 없어도 리튬이온배터리는 230℃ 이상에서 자연발화된다. 열폭주를 막지 못하면 불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해 주변 리튬이온배터리가 가열되면 열폭주를 연달아 일으키며 화재가 확산된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온도를 낮춰 열폭주를 막아야 한다. 많은 양의 물을 이용한 소화가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전기자동차에 화재가 났을 경우 물을 가둔 수조에 빠트리는 등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분말, 가스계 소화약제는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효과나 화학적 반응 속도를 느리게 하는 부촉매 효과로 불을 끈다. 냉각작용이 주된 효과가 아닌 이들 소화약제만으로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화재를 진압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당시 현장에서 사용된 할로겐 가스 화합물도 냉각효과가 있으나, 물의 10% 이하의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천장에서 소화약제를 뿌리는 방식의 소화설비로도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진압하기 어렵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최소단위인 셀은 보호를 위한 케이스에 둘러싸여 있다. UPS의 배터리 설비는 각각의 셀을 묶어 별도의 케이스에 담은 모듈과 이 모듈을 층층이 적재한 랙 등으로 구성된다. 천장에서 소화약제를 뿌려도 몇 겹으로 둘러싸인 리튬이온배터리에는 닿기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이번 화재에서 자동소화설비가 작동됐는데도 불을 끄지 못한 것이다.

할로겐 가스계 자동소화설비가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에 소화 효과(적응성)이 없다는 것은 이미 현장과 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17년, 2018년 연달아 일어난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사고 당시에도 가스계 자동소화설비가 작동됐으나 초기진압에 실패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ESS는 태양열발전소 등에서 배터리에 전기에너지를 저장했다가 공급하는 장치다. 리튬이온배터리가 주된 구성 요소라는 점에서 비상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다량의 배터리로 구성된 UPS와 구조가 비슷하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화재현황 및 현장조사를 통한 ESS의 화재 위험성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7건의 ESS 화재 사고 중 3곳에서 자동소화설비가 작동됐으나 초기진화에 실패한 것이 확인됐다.

천장에 설치된 가스계 자동소화설비의 허점도 지적됐다. 지난 2020년 발표된 'ESS 화재전용 소화약제 및 소화시스템 개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는 "현재 ESS 소화시스템으로 고려되고 있는 기존 가스계 소화설비의 경우, 실증 실험을 통해 소화농도 및 방출시간 등의 최적 설계가 고려되어야 하고, 금속 케이스로 덮어져 있는 모듈 내부를 뚫고 배터리까지 가스계 소화약제가 침투해 소화하기에는 적응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서 할로겐 자동소화설비가 작동됐음에도 초기 진압에 실패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현재 법상으로는 가스계 소화설비를 설치하도록하고 있지만,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진화가 쉽지 않다"면서 "현재 적응성이 완벽한 소화약제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시국 호서대 안전소방학부 교수도 "리튬이온배터리의 불을 끄려고 하면 (소화약제가) 냉각효과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할로겐 가스계는 부촉매 효과와 질식효과가 주된 기능"이라며 "물은 냉각효과가 좋고 액화질소나 이산화탄소 등도 냉각효과가 있지만 모듈 내부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이 아니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중략]


배터리 랙에 직접 소화약제를 분사하는 방법도 나왔다. 2020년 보고된 'ESS 화재전용 소화약제 및 소화시스템 개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배터리(셀)을 모은 모듈 안과 모듈이 적재된 랙에 소화약제 분사해드를 장치한 자동소화설비를 실험했다. 실험 결과 60초간 전용소화약제를 분사해 초기진압에 성공했으며, 재발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이번 화재 사고의 원인 분석과 함께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원인조사를 통해서 문제점을 파악한 다음에 안전기준 등 제도 개선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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