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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국교수님] 소방방재신문 [집중취재] ‘전기차 포비아’ 부른 인...

 [FPN 최영, 최누리 기자] = 지난 1일 인천 청라동 제일풍경채2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화재사고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지난 6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불이 난 아파트 264세대 822명의 거주자들은 졸지에 이재민 신세가 됐다. 평화롭던 일상이 일순간 마비되면서 주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불은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시작됐다. 충전조차 하지 않던 전기차에서 갑자기 발생한 불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 아파트에서도”, “내 차에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고란 인식이 커지며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로 확산하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은 사고 직후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행정안전위원회 간사, 서울 구로구을)과 함께 해당 아파트의 소방시설 설계 도면과 인허가 내역, 소방의 진압활동 과정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또 현장을 직접 찾아 화재가 확산한 형상과 그 이유를 추적했다. 이번 화재가 왜 이렇게까지 커질 수밖에 없었는지, 과연 숨겨진 문제와 논란은 무엇인지 집중취재했다. 화재 발생한 청라 제일풍경채2차 아파트는?▲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 제일풍경채2차 아파트  © 최영 기자 지상 30, 지하 2층, 연면적 25만9538㎡ 규모의 제일풍경채2차 아파트는 인천 서구 청라한울로에 위치해 있다. 1581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올해로 지어진 지 8년 차가 된 공동주택 단지다. 인근에는 초ㆍ중ㆍ고교가 모두 들어서 있어 인천 지역에서도 주거환경이 우수한 아파트로 알려졌다. 2015년 2월 5일 건축허가를 받은 뒤 같은 해 4월 27일 착공 후 2017년 12월 21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24층 2동, 25층 9동, 30층 3동, 근린생활시설 2동 등 총 16개 건물 동이 들어서 있다. 불이 난 지하주차장의 경우 지하 1, 2층을 포함해 7만3576㎡ 규모로 모든 단지의 지하가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진 구조다. 이곳에는 2270대의 차량 주차시설이 있고 116대의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화재안전을 위해 설치된 소방시설 중 소화설비로는 소화기구 4229개, 옥내소화전 870개, 스프링클러 헤드 4만여 개가 설치돼 있다. 경보설비로는 화재감지기 9798개, 비상방송 1730개, 시각경보기 738개, 가스누설경보기 2개가 갖춰졌다.  피난설비는 공기안전매트 1개, 완강기 512개, 인공소생기 6개, 유도등 2201개, 피난유도선 3개, 비상조명등 3824개, 휴대용비상조명등 1587개, 소방관의 활동설비로는 연결송수관 661개, 비상콘센트 436개, 무선통신보조설비 142개, 제연설비 댐퍼 732개, 송풍기 31개 등이 구축됐다. “진입조차 힘들었다” 8시간 20분간 이어진 화마와의 싸움▲ 인천 서구 청라동 제일풍경채2차 아파트 화재 당시 모습  © 인천소방본부이날 화재는 지하 1층에 주차된 벤츠 전기차에서 시작됐다. 오전 6시 15분께 한 아파트 주민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연기가 발생한다”며 119에 신고했다.  화재 당시 찍힌 CCTV 영상에 따르면 6시 7분께 차량 하부에서 연소 가스가 발생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후 1분 2초 만에 화염과 함께 폭열과 폭발 현상을 보이며 인근 주차 차량으로 불길이 옮겨붙었다.  화재가 확산하자 주차장 내부는 검은 연기로 가득 찼고 환풍구를 통해 새어 나온 연기는 아파트 단지를 뒤덮었다.  이날 화재로 주민 103명이 옥상 등으로 대피했고 135명은 소방활동을 통해 구조됐다. 영유아 등 22명의 입주민이 일부 연기를 마셨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시 21분께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인천 서부소방서 청라119안전센터 대원들은 333동 지하주차장 쪽에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거센 열기와 짙은 연기로 인해 건물 내부에서의 진압 작전을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윤건영 국회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소방은 아파트에 설치된 연결송수관설비 등을 활용해 제한적인 화재진압 활동을 벌였다. 현장 도착 후 2시간 13분이 흐른 8시 34분 화점을 발견한 소방은 9시 36분께 화점에 직접 진입해 진압 활동을 벌일 수 있었다. 11시 3분께 배풍기를 이용해 지하주차장에 가득 찬 연기를 빼내며 진압을 시도한 끝에 8시간 20분만인 오후 2시 35분이 돼서야 완전히 불을 끌 수 있었다. 이날 화재 현장에 투입된 인력은 323명(소방 177, 경찰 135, 시청 5, 서구청 6), 장비는 80대에 달한다. 결국 이번 화재로 인근 주차 차량 42대가 전소했다. 차량 45대는 차체 일부가 불 탔고 793대에 달하는 차량은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의 평면도다. 이날 화재는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확산하면서 붉은 색으로 표시된 주차구역 내 차량을 모두 태웠다.  © 국회 윤건영 의원실 제출 자료 재구성멀쩡히 서 있던 전기차서 ‘펑’… 中 파라시스 배터리▲ 화재가 최초 시작된 벤츠 전기차  © 최누리 기자불이 난 전기차는 벤츠 EQE 모델로 2022년 하반기 국내에 출시됐다. 이날 불이 나기 59시간 전인 지난달 29일부터 같은 장소에 주차된 상태였다. 게다가 충전 중인 차량도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주차 이후 특별한 외부 충격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고급형 세단인 벤츠에서 이유 없이 일어난 화재 소식에 온 국민은 충격에 휩싸였다. 유명 차량 제조사인 벤츠라는 점도 충격이지만 전기차 한 대에서 시작된 불이 한 아파트 단지 전체를 초토화시켰다는 사실 때문이다. 급기야 사회 전반에는 ‘전기차 포비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화재 직후 해당 벤츠 차량에는 중국 CATL 사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져 원성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5일 소방과 경찰, 국과수 등이 합동감식을 벌인 결과 중국 ‘파라시스’에서 제조한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파라시스에서 공급해 벤츠에 들어간 배터리는 니켈ㆍ코발트ㆍ망간(NCM) 셀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배터리 자체의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소방과 국과수 등은 배터리에 대한 정밀 감식에 들어간 상태다. 독일의 벤츠 엔지니어도 사고 조사를 위해 지난 7일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880대 손상 입힌 주차장 화재… 피해 커진 이유는? 또 작동 안 한 스프링클러… “화재 확산 결정적 영향”이번 화재사고의 시작은 전기차 배터리였다. 배터리 자체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그러나 화재 당시 불길이 왜 이렇게까지 크게 번질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건축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재사고에 대비한 안전시설과 건축 구조 등이 과연 어떤 역할을 했냐는 궁금증이다. 이번 사고에서 피해를 키운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작동하지 않은 스프링클러설비를 꼽을 수 있다. 대형 화재 때마다 불거진 스프링클러 불량 문제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긴 힘든 상황이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화재가 발생한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설비는 화재 당시 밸브조차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일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 밸브실을 직접 들어가 살펴본 결과 화재 당시 배관으로 물을 보내지 않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불이 난 주차장 내 한쪽에 구성된 소방 밸브실에는 두 개의 밸브가 설치돼 화재 발생 구역을 담당하고 있었다. 스프링클러설비를 작동시키는 필수 밸브인 일명 ‘프리액션(준비작동식) 밸브’라는 장치가 있는 곳이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다면 이 밸브에는 흔적이 남는다. 화재 신호를 받아 밸브를 열어주는 주요 장치인 ‘솔레노이드 밸브’가 반드시 열려야만 배관에 물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밸브의 ‘솔레노이드 밸브’는 굳게 닫혀 있었다. 화재가 언제 일어났었냐고 비웃기라도 하듯 1차측 배관에는 압력까지 걸려 있었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물을 보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평상시 1차측에만 압력이 걸려 있다가 화재 시 스프링클러 헤드 연결 배관인 2차측으로 물을 보내준다. 1차측에 압력이 있다는 건 물이 방수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 원내는 솔레노이드 밸브가 잠긴 모습이다. 각 밸브 좌측에 보이는 노랑색 막대 모양 스위치가 세로로 돌아가야만 밸브가 열린다. 하지만 굳게 닫힌 채 가로로 유지돼 있다. 1차측 배관에는 압력이 유지돼 있다.  © 최누리 기자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는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두 개의 감지기가 동작하면 가동된다. 감지기로부터 시작된 화재 발생 신호는 먼저 소방시설의 두뇌 격인 ‘화재수신기’로 전달하고 수신기는 솔레노이드밸브에 기동 신호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수신기로부터 전달받은 신호를 기점으로 솔레노이드 밸브를 열어주는 과정을 거쳐 스프링클러 배관에 물을 보내줘야 한다. 하지만 화재 당시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렇게 솔레노이드 밸브가 미작동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유추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기 자체의 불량이다.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세팅된 프로그램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거나 신호를 중간에서 중계해 주는 중계기, 선로, 솔레노이드 밸브, 밸브 본체 불량 등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화재감지 신호 자체를 수신기가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화재 신호를 기점으로 스프링클러 등 모든 설비에 기동 신호를 전달하는 소방시설의 특성상 전체적인 먹통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다. 세 번째는 화재 신호를 받아 다른 소방시설에 기동 신호를 보내줘야 하는 연동 기능을 방재실에서 누군가 정지시켰거나 미리 막아놨을 가능성이다. 보통 소방시설의 오동작을 염려해 소방시설의 연동을 정지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가능성들은 화재 수신기의 로그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방은 화재 당시 기록이 저장된 수신기의 기록장치 등을 확보해 정밀 조사 중이다. 지난 7일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FPN/소방방재신문>과의 통화에서 “스프링클러설비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은 확인이 됐지만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있으면 뭐하나” 대형 화재 때마다 안 터지는 스프링클러▲ 불이 난 제일풍경채2차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헤드  © 최누리 기자우리나라에선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차량 수십여 대가 전소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고는 지난 2021년 8월 25일 일어난 천안 서북구 불당동 푸르지오 아파트 화재다. 당시 지하 2층 출장 세차 승합차 내에서 폭발과 함께 시작된 화재는 2시간 36분 만에 소방대원들에 의해 진압됐다. 하지만 차량 666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다(관련 기사 - [집중취재] 천안 아파트 주차장 화재… “불 커진 이유 있었다”). 이 화재 때에도 스프링클러설비는 작동하지 않았다. 화재가 감지돼 수신기로 신호를 보냈지만 관리자가 스프링클러와의 연동 기능을 고의로 정지시키면서 소방시설은 먹통이 됐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대형 쇼핑센터 주차장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지난 2022년 9월 26일 대전 현대아울렛 쇼핑몰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7명이 숨지는 참사로 이어졌다. 이 화재 때에도 화재 수신기의 연동 기능을 정지해 놓는 바람에 스프링클러설비와 비상방송, 제연설비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20일 부산시 해운대구 씨클라우드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지하 6층 주차장 내 폐기물 적치장에서 시작된 불은 지하 5층까지 번졌고 연기는 전 층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소방 조사결과 호텔 측은 지하주차장 화재감지기의 빈번한 오작동 때문에 소방시설의 연동 기능을 막은 상태로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스프링클러설비 등 모든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2021년 7월 17일 발생한 이천 쿠팡 물류창고 화재도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강제로 정지시키는 바람에 무려 12분 동안 스프링클러설비 작동이 지연돼 피해를 키웠다(관련 기사 - [쿠팡 화재/집중취재⑥] “오작동이겠지…” 쿠팡의 부실 대처 뒤에 숨은 진실).  스프링클러설비는 현존하는 소방시설 중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확실한 소화설비로 분류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공간, 대심도로 조성되는 지하주차장은 물론 모든 건축물에서 불이 났을 때 피해를 줄여주는 건 건물 자체에 설치된 소방시설이다. 초기 화재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화재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소방시설의 안정적인 작동 보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시국 호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형 화재사고에서는 여전히 소방시설이 작동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스프링클러는 물론 각종 소방시설에 투입되는 건축비와 소방기술의 의미를 찾으려면 소방시설의 작동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프링클러설비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기존 방식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화재감지기가 동작해야만 배관에 물을 보내주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의 오류를 막기 위해선 화재 시 스프링클러 헤드가 열을 감지해 곧바로 물을 뿌리는 ‘습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프링클러 전기차 실효성 두고 엇갈리는 시선들일각에선 스프링클러설비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내비치고 있다. 열폭주 현상으로 인한 고온의 화재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전기차 화재를 과연 스프링클러설비 작동으로 피해 규모를 확실히 줄일 수 있었겠냐는 의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화재소방 분야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화재의 초기진압을 완벽히 보장할 순 없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원활한 소방활동을 돕는 데에는 분명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다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스프링클러설비 기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선 효과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일어난 지하주차장 화재사고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올해 5월 8일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 화재사고를 꼽는다. 당시 쉐보레 볼트EV 모델 차량에서 시작된 불은 스프링클러설비가 작동해 큰 피해를 면했다. 특히 최근 스프링클러설비 작동에 따라 전기차 화재 시 인접 차량으로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실험결과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구역 소방시설 개발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수행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하 KCL)은 올해 5월 이 같은 실험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집중조명]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대책 판도 바뀌나… 실증 연구결과 초미 ‘관심’). 이 실험에선 실제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재현해 인접 차량 간 전이가 일어나는지를 실증했다. 상부 스프링클러와 하부 소화시스템을 추가 설치했을 때의 상황을 2단계로 구분해 모두 네 차례의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상부 스프링클러와 하부 시스템을 설치했을 땐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를 약 5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옆 차량으로 화재가 옮겨가는 것을 막는 데에는 상부 스프링클러설비만을 설치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화재일지라도 상부 스프링클러만으로 화재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게 결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스프링클러설비로는 지하주차장 화재, 특히 전기차 화재 피해를 줄이는 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헤드 하나에 분당 80ℓ의 양을 뿌려주는 일반 스프링클러설비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깊어져만 가는 지하공간 내 전기차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제연설비 없었던 주차장… “소방 접근조차 불가했다”▲ 전소 차량이 빼곡한 화재 현장은 당시의 거센 불길을 실감나게 한다.  © 최누리 기자제아무리 전기차라 해도 차량 한 대에서 시작된 불을 8시간 넘게 진압하지 못한 데에는 부재했던 제연설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 시 지하 공간에 가득 찬 연기로 인해 소방대가 현장에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던 이유기도 하다. 제연설비는 소방법상 유독가스를 차단 또는 배출하거나 연기를 희석시켜 피난과 진압활동을 돕는 소방시설이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엔 화재 시 연기를 배출하는 제연설비의 설치 의무가 없다. 건축법상 지하주차장은 거실 등 주 용도가 아닌 부속 용도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주차장에는 ‘주차장법’과 ‘실내공기질 관리법’,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해가스 농도 유지를 위한 환기설비가 설치된다. 하지만 화재 시 연기를 빼내는 성능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창이 없는 밀폐 공간으로 조성되는 지하주차장의 심도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지만 안전기준은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이다.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연기를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제연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은 늘 쏟아졌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 대책을 현실화하지 못했다. 여전히 제연설비 설치 의무가 없는 배경이다. 지하 공간은 환기 조건이 불리해 열이 쉽게 축적된다. 관련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공간에서 증가하는 발열량은 30초 만에 1100~1200℃에 다다를 정도다. 이처럼 빠르게 쌓이는 열은 스프링클러설비의 기능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소방청은 성능위주설계 대상물에 속하는 지하주차장의 경우 환기설비를 이용해 일정량(시간당 10회 또는 27CMH/㎡ 중 큰 값 이상)의 연기배출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전문적인 시뮬레이션 평가도 거친다.  성능위주설계는 건축물 등의 재료나 공간, 이용자, 화재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학적 방법으로 화재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화재안전성능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연면적 20만㎡ 이상 대상물이나 50층 이상 아파트, 30층 이상 대상물, 연면적 3만㎡ 이상 철도 또는 공항시설, 10만㎡ 이상 창고시설, 5천m 이상 터널 등이 의무 적용 대상물이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청라 아파트의 경우 50층이 넘지 않아 성능위주설계 대상에선 빠진다. 성능위주설계 과정에서 제연설비의 내열성을 확보하도록 하거나 기동 스위치를 종합방재실에 설치토록 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는 지역 소방본부들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 역시 시도마다 차이를 보인다. 지역마다 지어지는 건축물의 안전성에 차이가 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대규모 지하주차장에 대한 제연설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해권 한국안전인증원 소장(소방기술사)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일어난 불이 이렇게 큰 화재로 번진 데에는 소방대의 접근이 어려웠다는 점이 크다”며 “더욱 깊어져 가는 지하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하루라도 빨리 지하주차장의 제연설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쪽으로 번진 이상한 불길… “자연배출구 덕”화재 초기 상황이 찍힌 CCTV를 보면 불길이 최초 시작된 벤츠 차량 주변으로는 차량이 빼곡하게 주차돼 있다. 그런데 화마가 휩쓸고 간 현장에는 벤츠 차량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 특이하게도 불길이 오른쪽으로만 크게 확산한 모습이 눈에 띈다. 화재 발생 차량의 양옆 모두 차량이 주차돼 있었지만 한쪽으로만 불길이 옮겨 간 이유는 뭐였을까. <FPN/소방방재신문>이 현장을 직접 찾아 확인한 결과 그 이유는 천장 구조였다. 벤츠 왼쪽에 서 있던 모닝 차량 위 천장에는 개방 구조의 환풍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차장 환기를 위해 만들어진 이 환풍구 덕에 화재 당시 열기와 연기는 수평이 아닌 수직 상승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주차장 벽면에도 이 같은 화염 전파 상황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 화재가 발생한 벤츠 차량이 있던 천장의 모습이다. 바로 옆 모닝 차량이 있던 천장은 뻥 뚫린 일명 '천창' 구조로 돼 있다. 뒤쪽 벽면으로는 열과 연기가 상부로 빠져나간 흔적들이 보인다.  © 최영 기자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화재 시 열과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건축 구조물 특성의 안전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입을 모은다. 지하 공간 화재 시 열이나 연기가 자연 배출되도록 한 건축 구조적 형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윤해권 소장은 “지하주차장의 화재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제연설비는 물론 자연배출 설비에 대해서도 건축 구조적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번 화재의 확대 양상은 지하공간 화재 시 열과 연기의 자연 배출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5m 뛰어 넘은 불길… 주범은 천장 가연물?차량 수십 대를 전소시킨 이번 화재사고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따로 있다. 최초 벤츠 차량에서 시작된 불길이 꽤 멀리 떨어진 건너편 주차구역까지 넘어간 점이다. 밀폐 구조의 지하공간에서 축적된 열로 인해 불길이 인근으로 이동할 순 있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인 건물 내에서 5m나 떨어진 다른 주차구역까지 번져나간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화재 당시 벤츠 차량의 우측에는 한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고 그 우측 주차면에는 차량이 없었다. 소방청이 윤건영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아파트 설계 도면에 따르면 이곳을 마주 보는 반대편 주차구역과의 거리는 5.4m였다. 그런데 불길은 이 거리를 뛰어넘어 수많은 차량이 있는 다른 주차구역으로까지 옮겨갔다.  이처럼 불길이 차량 통행로를 건너며 확산한 이유로는 천장에 즐비했던 구조물들이 지목된다. 대구경 배관과 케이블 트레이 등 유독 많은 시설이 오가는 구간이었기 때문이다.  ▲ 벤츠에서 시작된 불길의 확산 경로 중 가장 멀리 떨어진 통로 면에서 벤츠 방향을 바라보며 촬영된 사진이다. 천장에는 대구경 배관과 케이블 트레이 등이 연결돼 있다. 화재로 인해 배관을 싸고 있던 보온재는 모두 전소됐고 중앙 부근에는 엿가락처럼 휘어진 배관들도 보인다.   © 최영 기자화마가 휩쓸고 간 현장은 이 같은 구조물들이 엿가락처럼 내려앉았고 불에 탄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았다. 배관 보온재와 단열재 등 부자재들은 모두 불에 타 앙상한 금속 뼈대만 드러낸 모습이었다. 반면 지하 2층의 경우 지하 1층과 달리 케이블 트레이나 급수 배관 같은 시설이 거의 없었다. 전기실과 기계실 등으로부터 뻗어 나와 아파트 세대 등으로 연결되는 시설물 대다수가 지하 1층에 조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건축물 비구조체를 통한 화재 확산 문제는 지난 2021년 8월 발생한 천안 불당동 푸르지오 아파트 화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관련 기사 - [집중취재] 천안 아파트 주차장 화재… “불 커진 이유 있었다”). 당시 지하주차장 세차용 승합차에서 시작된 불은 천장에 있던 다량의 수도용 대구경 배관 등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보온재로 둘러싸인 배관이 불길을 옮긴 경로가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연성 배관 보온재 탓에 약 50m에 달하는 먼 곳까지 번졌다는 게 당시 소방의 분석이었다. 박경환 한국소방기술사회장은 “지하공간 천장으로 노출되는 다양한 시설물에는 단열 등을 위한 부자재가 사용되는데 대부분 가연성 자재가 쓰인다”며 “지하 공간의 화재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선 준불연재 이상의 성능을 갖추도록 하는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날아간 골든타임… “자동화재속보설비 고장났었다”<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해당 아파트 단지에는 건축 당시 의무적으로 설치된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있었지만 제 기능을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5분가량의 골든타임을 허비한 꼴이 됐다. 소방청이 윤건영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119신고자 통화 녹취록을 보면 이날 화재 신고가 이뤄진 시각은 6시 15분이었다. 소방은 이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 신고자는 “여기 제일풍경채2차 아파트인데요”라고 말을 꺼낸 뒤 “지하 1층에 불이 났어요. 차에서 불이 났어요. 지금 불이 너무 크게 나 있어요. 전기차에요. 벤츠”라고 말하며 화재가 이미 크게 번졌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소방 조사에 따르면 CCTV에서 찍힌 영상에서 벤츠 차량 하부로 연소 가스가 발생하기 시작한 건 6시 7분이었다. 이후 차 밑으로 불꽃이 발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2초였다. 천장에 있던 화재감지기 작동 직후 화재속보기가 소방서에 자동 신고를 했다면 신고접수 시간은 감지기 작동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최소 5분 이상 앞당겼을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소방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최초 신고 후 현장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6분이었다. 화재속보설비를 통해 자동 신고가 이뤄졌다면 주민이 전화로 119에 신고한 6시 15분께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5분가량의 시간을 허비한 거나 다름없다. 이날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스프링클러설비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화재감지 신호가 아예 수신기로 들어가지 않았거나 들어온 신호에 따른 연동 기능을 누군가 고의 정지했을 가능성도 있다. 화재속보설비의 기능 자체를 완전히 꺼 놨을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인천소방본부 측은 “자동화재속보설비가 고장 나 있었다”면서 “아파트가 실시한 소방시설 자체점검 보고서가 7월 10일 소방서에 제출됐고 당시 ‘자동화재속보설비 기구 불량’을 적어 보고했다. 이후 관할 소방서가 보완 명령을 내렸지만 아직 고쳐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아파트에서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소방시설의 보수 기간을 연장 요청했고 보수 기간 중 화재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은 아파트 소방시설에 대한 자체점검 결과 보고서와 관할 소방서의 시정조치 내역, 보수기간 연장 내용 등의 자료 제공을 인천소방본부 측에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했다. 모두 잠든 시간에… 화재 발생 시간대도 한몫수백 대에 달하는 차량이 화재 피해를 입은 이유 중 하나는 불이 난 시간대였다. 벤츠 차량에서 화재 징후가 보인 건 이른 오전 6시 7분께다. 대부분의 아파트 주민이 자고 있을 시간대였다. 이로 인해 불이 날 당시 지하주차장에는 차량들이 빼곡했다. 그만큼 연쇄적인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차량들이 주차장 내부에 가득했다는 얘기다. 만약 화재가 낮 시간에 일어났고 주변 차량도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크게 번지지는 않았을 거란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장 취재 과정에서 마주한 지하 1층 주차장은 빈칸이 거의 없을 정도로 차들이 가득했다. 수많은 차량을 뒤덮은 불길의 흔적도 여기저기 남았다. 검은 연기를 뒤집어쓴 차량들은 쉴 새 없이 주차장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자고 있다가 불이 난 줄도 몰랐는데 전화를 받고 나서야 화재 사실을 알게 됐다”며 “새벽 시간대에 갑작스럽게 불이 나다 보니 주차장의 차들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발등 불' 정부 대책 고심… "지하주차장 초점 둬야”소방청이 윤건영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전기차 충전구역 화재안전 확보 관련 추진사항’ 보고자료에 따르면 소방청과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전기차와 연관된 정부부처들은 관련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소방청의 경우 LH와 협업으로 추진한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올해 하반기까지 전기차 충전구역에 대한 소화설비와 경보설비 설치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전기차 화재 시 관계인 등의 초기대응을 위해 충전구역 인근에 질식소화포를 비치하는 방안을 내년 하반기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배터리 안전성 인증과 사후검사제도를 도입하고 배터리 인력관리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이상 감지와 경고, 화재 시 경보 기능을 추가하는 대책은 자동차관리법령 개정에 포함할 예정이다. 또 전기차 충전구역에 방화벽을 설치하고 단열재 방화성능을 강화하는 한편 배연설비 설치 등에 대한 대책을 추진한다. 전기차 관련 시설의 적정위치와 충전시설ㆍ주차장 구조 안전기준 개선을 위한 관련 법령도 개정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전기차 충전시설에 관한 기준을 정비하면서 충전시설을 지하 3층 이내 설치토록 하고 내화구조와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이미 마련했다. 환경부는 화재예방 충전기 설치 장려를 위한 보조금 지원 사업에 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충전 중 배터리 상태 정보(전압, 전류, 온도 등)를 관리자 서버로 전송하고 완충 전력차단과 화재발생정보를 관계인에게 전파하는 등의 기능을 가진 충전기를 설치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한다. 정부는 오는 12일 환경부 차관 주관으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9월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대책들이 전기차와 충전소만을 중심으로 검토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건영 의원은 “이번 화재가 충전 중인 상태에서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지하공간 전체에 대한 화재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전기차나 충전구역만을 고려한 대책으로는 이번 화재에서 나타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 최누리 기자 young@fpn119.co.kr https://fpn119.co.kr/220592 

[방장원교수님] 시사저널 국민 불안 커지는데, 행안부‧소방청 ‘리튬 ...

배터리 화재 공포에 따른 국민들 혼란 가중…전문가들 “통합에 따른 일원화된 시스템 절차 필요”

지난 6월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리튬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리튬 배터리 화재를 진압할 소화기가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인데, 정작 소방청과 행정안전부가 이를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업계와 정치권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원화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열폭주 일으키는 리튬 배터리 ⓒ연합뉴스“비상시국인데”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 기준 달라 ‘혼선’현행법상 리튬 배터리 소화기와 관련된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화재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화기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산하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에서 적법한 시험을 거쳐 형식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후 KC마크(검사필증)를 제품에 붙여야만 정식 소화기로 출시‧판매가 가능하다.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는 소화기는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라는 명칭의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실제 인터넷에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리튬 배터리 화재 관련 소화기를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소화기들의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방청은 KFI에서 형식 승인을 받지 않은 자칭 ‘리튬화재 전용 소화기’가 시장에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것을 우려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행안부가 한 소화기 업체의 리튬 배터리 소화기에 ‘재난안전제품 인증’을 해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행안부는 2018년부터 국민 안전과 밀접한 제품의 품질 향상과 판로 마련을 위해 재난안전제품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이 업체는 ‘행안부로부터 재난안전제품으로 인정받은 세계 최초 유일한 배터리 화재용 소화기’를 앞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실제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검증되지 않은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공공 예산을 여기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전지를 취급하는 사업장 등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배터리 화재용 소화기 구입 등에 50억원에 달하는 ‘긴급 안전 지원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고, 서울시 또한 지하철과 전기 버스에 리튬배터리 전용 소화기를 설치한다.리튬 산업 현장 관계자 등 수요자 입장에선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리튬 배터리 소화기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안부가 발급한 재난안전제품 인증은 자칫 제품의 신뢰성을 보증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소비자들은 소방청 소관 한국산업기술연구원(KFI)의 승인과 행안부 재난안전제품 인증이 각각 어떻게 다른 지부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KFI는 소방법령에 따른 법정 의무에 따라 인증을 하는 반면 행안부는 부처 내 재난안전제품 인증제도 운영규정 고시에 따른 기업체 자율 의사에 따라 인증을 실시하고 있다.KFI는 법정 위반에 대한 제재가 있는 반면 행안부는 제재가 없다. KFI는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에서 직접 인증 업무를 시행하고 있는데 반해 행안부 인증은 정부부처 담당부서에서 사단법인에 위탁을 맡겨 인증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행정안전부가 발급하는 재난안전제품 인증서 ⓒ행정안전부 제공 익명을 요구한 소방업계 관계자는 “법적 인증을 내주는 전문 정부부처가 있음에도 행안부 안전정책실에서 ‘재난안전제품 인증’이라는 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제도적 모순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법적 기준이 없음에도 소방청이 아닌 행안부가 인증을 내줌으로 인해 기업에서는 어떤 인증을 받아야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표준화된 기준이 없는 상태서 행안부가 재난안전제품을 인정해준 결과, 국민 및 공공기관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행안부는 기준 절차가 마련될 때까지 인증을 보류해야 한다. 법과 기준이 정해지면 행안부에서 인증 시험을 다시 함으로써 제품의 품질을 보장받아야한다. 소화기 인증은 KFI 또는 소방청장이 인정하는 시험기관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통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방청은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소방청 관계자는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에 대한 기준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미국화재예방협회(NFPA),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도 관련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소방청에서는 소규모 리튬 배터리 화재에 대한 소화 성능 및 시험방법 등을 포함한 인증(KFI) 기준을 현재 마련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서 많은 종류의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를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 홈페이지 갈무리“소방청·행안부 통합 시스템 구축 시급”소방업계와 정치권은 최근 사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리튬 배터리 화재’를 철저히 관리하고 예방하는 방안을 소방청과 행안부가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리튬 배터리 화재 소화기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방장원 호서대 소방방재연구센터장은 “금속과 리튬 배터리, 전기차 화재는 각각 화재를 제압하는 방법이 달라 확실히 구분돼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선 뚜렷한 방법은 없다. 리튬 배터리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연구 중이다. 소방청과 행안부가 협력해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정치권 역시 안전 기준이 부처별로 다른 만큼 소방청과 행안부가 함께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화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리튬’의 관리와 안전 기준이 부처별로 다르다. 소방 관련 소방청과 행안부의 일관성 있는 통합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금속화재 관련 법안 발의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부처인 소방청과 행안부, 그리고 정치권이 힙을 합쳐 국민의 안전이 더욱 확보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131 

[방장원교수님] 뉴스핌 리튬이온 화재 현장 '불산 위험성 인지' 논란...

 

리튬이온 화재 시 물과 반응해 나오는 불산...폐부종·피부괴사 일으키는 맹독가스리튬이온 배터리 들어가는 전기차 등 화재 시 유독가스 등 철저히 대응해야

[수원=뉴스핌] 박승봉 기자 = 경기 화성 아리셀 리튬이온 화재 현장에서 유독가스인 불산(불화수소)의 위험성에 대해 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관계자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10일 이채영 경기도의원은 "지난 화성 아리셀 화재 진압 시 현장 대응에서 유독가스인 불산에 대한 조치가 누락됐다"며 "그 위험성을 알리고 제대로 측정하고 불산에 노출된 소방관이나 경찰 등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방장원 특임교수는 "불화수소는 호흡기에 들어가면 폐부종을 일으키고, 피부에 노출되면 피부 괴사를 일으키는 맹독성 가스이다. 때문에 이번 화성 아리셀 화재 관련 소방대원들과 구조대 등 유해물질 화재 진압을 마치고 매뉴얼에 따라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튬이온 배터리를 취급하는 공장에서는 배터리를 여기저기 쌓아두는 것이 아닌, 한 곳에 모아 연기 차단과 다량의 물이 쏟아지는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시설 또한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경기소방 관계자는 "화성 아리셀 화재 공장에 소방구조대가 들어갈 때 산소통을 메고 호흡하기 때문에 불산이 호흡기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경기도 관계자는 "화성 아리셀 참사 이후 여러 부서에서 화재 대응 매뉴얼과 소방시설 설치 지원 등 재발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며 "불산에 대한 위험물 측정을 했지만 공장 밖에서 기준치 미달로 측정되거나 검출이 안되는 곳도 있었다"고 밝혔다.이에 이채영 경기도의원은 "맹독가스인 불산이 기체인데 사상자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2층을 중심으로 측정을 해야 하지 않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이어 "국과수에서 숨진 23명에 대해 질식사라고 했지만, 다량의 가스 중독인지 불산 중독인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전기차 소방 관련 한 관계자는 "지난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참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당시 23명의 사상자와 약 5000명이 건강검진을 받았다"며 "불산이 얼마나 맹독성의 가스인지 보여주는 사례이다"라고 말했다.이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또한 리튬이온이기 때문에 전기차 화재 시 일반 소방 방법이 아닌 전기차 화재 진압 대응 시설과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전기차를 운행하는 한 시민은 "아파트 지하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는데, 만약 충전 중 화재가 나면 불보다 맹독성 가스가 더 위험한 것 같다"며 "유독가스가 퍼지지 않도록 하는 소방 매뉴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화성 아리셀 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건강검진을 받았으며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0710001019 

[이성은교수님] KBS뉴스 리튬 건전지서 ‘폭발음’ 들리면 우선 대피...

     앵커최근 경기도 화성 리튬 공장 화재로 리튬 전지의 위험성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KBS가 연구기관에 의뢰해 가정에서 흔히 쓰는 리튬 건전지에 대한 화재 실험을 해봤더니 폭발성이 매우 강했습니다.혹시라도 리튬 전지에 화재가 나면, 섣부르게 불을 끄기보다는 대피하는 게 안전합니다.정재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리모컨이나 자동차 열쇠 등에 넣고 쓰는 동전형 리튬 건전지입니다.철판 위에 올려놓고 열을 가하기 시작한 지 2분 만에.큰 폭발음과 함께 사방으로 튀어 오르며 폭발합니다.이번엔 가정에서 많이 쓰는 AA형 리튬 건전지.가열 1분 만에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솟구칩니다.더 큰 리튬 건전지에 열을 가하자,폭발음과 함께 뿌연 유독가스마저 뿜어져 나옵니다.실험에 쓰인 리튬 전지입니다.폭발 당시 총알처럼 튀면서 산산 조각나 있습니다.실험은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됐지만, 만약 가정에서 리튬 건전지가 폭발할 경우 파편에 다칠 가능성이 높습니다.특히 리튬 건전지 여러 개를 보관하는 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면 섣부르게 불을 끄기보단 대피가 우선입니다.[이성은/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배터리가 터질 때 비산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먼저 대피를 하시고, 대피하는 과정에서 신고를…."]반면, 일상에서 흔히 쓰는 알칼라인과 망간 건전지의 경우 같은 조건에서 열을 가해봤지만 연기가 나거나 크게 폭발하지 않았습니다.KBS 뉴스 정재훈입니다.촬영기자:신유상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05150&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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